(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이라크 북부 중심도시 모술의 공공도서관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파괴돼 문화유산의 수난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술 도서관의 피해 소식이 알려지자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성명을 통해 "인류 역사상 도서관 소장품에 대한 가장 지독한 파괴 행위의 하나"라고 규탄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서관 수난은 기원전 391년께 있었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파괴다. 기원전 213년엔 중국 진나라 시황제가 군현제를 반대하는 유생들을 생매장하고 책을 불태우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저질렀다.
최근에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도서관이 불타고 2003년 이라크의 바그다드 도서관이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IS는 지난 22일 모술 도서관 건물 곳곳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일시에 이를 터트렸다. 도서관에는 8천여점의 희귀서적과 고문서들이 소장돼 있었다.
18세기의 필사본들, 19세기에 이라크 최초의 인쇄소에서 찍어낸 고대 시리아어 서적들, 오스만 제국 시대의 서적, 20세기초의 이라크 신문들은 물론 아스트로라베(고대 천문관측기)와 고대 아랍인들의 모래시계와 같은 유물들이 피해 목록에 들어있다.
IS가 모술 도서관을 겨냥한 것은 현대 이라크의 상징물에 대한 공격으로 볼 수 있다. 모술 도서관은 현대 이라크가 출범한 같은 해인 1912년에 건립됐다.
모술 도서관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할 당시에 폭도들이 도서관을 약탈하거나 파괴한 바 있지만 다행히도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의 소장품을 살려내거나 복원시켰다.
IS가 분서(焚書)를 자행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IS는 모술대학의 중앙도서관에 방화했다. 안바르주에서는 IS의 방화로 10만여점의 책들이 파괴됐다고 현지 관리들은 전하고 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최근 팀북투에서 목격했듯이 책을 불태우는 것은 문화와 지식, 기억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서부 국가 말리의 고대도시 팀북투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과격세력이 도서관들을 공격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분서는 "이라크 국민들의 영혼인 문화적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의도를 가진, 조직적인 유산 파괴와 소수민족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책은 민족의 문화와 역사, 자부심을 대표하기 때문에 과격세력은 분서를 한 지역의 정체성을 지워버리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유네스코가 IS의 분서 행위를 "문화적 청소"라고 규탄한 것도 이런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크리스턴 사이언스 모니터는 모술 도서관 파괴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몇년전 모술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 아킬 카타는 "1970년대에 이 도서관에 가곤 했다. 모술의 위대한 랜드마크의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모술 현지의 활동가인 라얀 알 하디디는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900년전 아랍 철학자 아베로에스의 책들이 그가 보는 앞에서 모아져 불태워진 적이 있다. 그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이걸 보면서 울기 시작했다. 아베로에스는 제자에게 사상은 날개를 갖고 있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고 울고 있다고 말했다."
'글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조부묘 벌초 작업 (0) | 2015.09.14 |
---|---|
태극세계 사진 (0) | 2015.08.25 |
침몰한 세월호 주변에 있는 잠수함 (0) | 2015.02.09 |
장보고기지대장인 죽마고우 (0) | 2015.01.02 |
경제변동 - 금리인상 - (0) | 2014.12.19 |